김정옥 기자
매일 200잔의 커피로 전하는 진심…직원들 마음까지 데우는 바리스타 두 사람의 이야기
장애인 고용을 넘어 동료가 되는 기업문화…비비테크 향남공장,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증명하다
YTT카페를 찾은 성진규㈜비비테크 대표이사(가운데)가 박오성(왼쪽)씨,노현래씨와 활짝 웃고 있다.
매일 아침 6시 30분, 문을 여는 두 사람
비비테크 향남공장에는 매일 가장 먼저 도착하는 직원이 있다. 박오성(34) 씨와 노현래(30) 씨다. 이른 아침부터 밝은 미소로 사내 카페 YTT의 문을 여는 두 사람은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다.
올해 1월부터 이 카페에서 일하게 된 두 사람은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하며 하루 평균 200여 잔의 커피를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함께 일하는 따뜻한 공간
비비테크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기업문화를 만들고자 사내 카페 YTT를 기획했다. 본사(수원 고색동)의 공장 확장으로 향남읍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생긴 여유 공간을 사내 카페로 전환한 것이다.
성진규 대표이사는 “장애인 바리스타가 일하는 카페를 만들자”는 제안을 직원들과 공유했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한국장애인부모회 수원지부의 추천으로 박오성·노현래 씨가 바리스타로 채용되었고, 직원 공모를 통해 카페 이름도 ‘YTT (Yesterday, Today, Tomorrow)’로 정해졌다.
박오성(왼쪽)씨와 노현래씨가 함께하고 있다.
새벽 5시 기상, 그리고 즐거운 출근길
두 사람은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난다.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수원 고등동(노현래 씨)과 조원2동(박오성 씨)으로 데리러 와 출근을 함께한다. 힘들 법도 한 이른 시간임에도 두 사람은 “출근하는 게 너무 좋다”며 웃는다.
함께 일하는 근로지원인 조미화 씨는 “두 사람이 카페 오픈과 마감을 번갈아가며 담당하는데, 뒷정리까지 꼼꼼하게 해낸다”고 칭찬했다.
“손님이 웃어주면 제일 행복해요”
처음에는 낯을 가리며 어색해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직원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다. 커피 맛을 칭찬해주는 손님, 간식을 건네주는 동료들. 두 사람은 비비테크에서 일을 한 이후로 성격이 무척 밝아졌다고 한다.
박오성 씨는 “직원들이 인사하면 다들 반갑게 받아줘서 좋다”고 했고, 노현래 씨는 “커피가 맛있다고 해주면 제일 기쁘다”고 전했다.
가족의 자랑이 된 바리스타
두 사람의 삶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 박오성 씨는 할머니께 매달 용돈을 드리고, “아빠 차를 바꿔주겠다”며 자동차 할부금을 내고 있다. 노현래 씨는 “우리 아들이 우리 집 기둥”이라는 말을 엄마에게 듣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들의 꿈은 비비테크에서 오래 일하며 카페 매니저로 승진하는 것이다.
기업이 만드는 변화, 함께하는 일터
성진규 대표이사는 “장애인 고용은 단지 의무가 아니라, 기업이 주도적으로 만들어야 할 변화”라며 “내년에도 신축 공장에 새로운 카페를 만들어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를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진규㈜비비테크 대표이사
누구에게나 열린 YTT 카페
비비테크 향남공장(화성시 향남읍 토성로 464-17) 2층에 위치한 YTT 카페는 외부인도 이용 가능하다.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성 대표이사는 “주민 여러분이 카페를 많이 찾아주시면 두 분이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응원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