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건일의 걷다보니 82회] 설악산국립공원_설악의 겨울을 걷다!

  • 등록 2026.02.0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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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에서 대청봉 설악동까지

 

[경기남부뉴스 김정옥 기자] 1월 31일(토), -14도의 혹한에 강풍까지 몰아치는 한계령. 그 한계 같은 날씨 속에서 새벽 4시, 한계령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하며 또 하나의 겨울 산행을 시작한다.

 

차가운 공기와 어둠 속에서 헤드랜턴 불빛만이 길을 비추는 시간, 오늘 하루가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고도를 조금씩 올릴수록 쌓인 눈의 양은 확연히 늘어났고, 한계령분기점에는 출발 후 1시간이 넘어서 도착했다.

왼쪽으로는 귀떼기청봉과 대승령 방향, 오른쪽으로는 설악산 정상 대청봉으로 향하는 길. 잠시 숨을 고른 뒤, 대청봉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갈수록 눈은 발목을 훌쩍 넘기기 시작했고 다리는 점점 무거워졌다. 여기에 능선에서 몰아치는 바람은 살 속까지 파고들었다.

 

 

‘춥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 일출을 보기 위해 부지런히 걷고 싶었지만 몸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옆과 뒤를 돌아볼 때마다 환하게 떠 있는 달과, 달빛에 비친 구름과 산들이 만들어내는 장관은 걸음을 멈추게 했다. 힘겹게 끝청에 도착하자 여명이 서서히 밝아왔고, 앞쪽으로는 중청과 대청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시간은 오전 7시. 헤드랜턴을 끄고 눈길을 헤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중청에 이르자 바람은 겁이 날 정도로 더 거세졌다. 여기서부터 600m만 더 오르면 설악산 정상 대청봉(1,708m).아침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고, 추위를 이기지 못한 사람들은 하나둘씩 하산하고 있었다.순간 ‘일출은 못 보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힘을 다해 오르자 결국 해가 떠올랐다.

 

2분만 더 일찍 도착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찬란하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동이 밀려온다. 설악산 정상 대청봉에서 바라본 동해안 위로 떠 있는 해. 역대급으로 강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주변 경관에 깊이 빠져든다.

 

잠시 후 중청으로 내려와 등산가방을 다시 메고 소청으로 이동한다. 걸어온 뒤를 보니 대청봉 위로 태양이 머물고 있는 모습, 앞으로는 공룡능선과 울산바위, 그리고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와~ 와~ 감탄을 하며, 희운각대피소 방향으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은 또 다른 시작의 고난을 맞는다.

눈이 엄청나게 쌓여 길은 사라졌고,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만이 길을 대신하고 있었다. 가파른 경사 길이 너무 미끄러워 한 번 넘어지기도 했다. 하산이 너무 힘들어 결국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썰매를 타듯 속도를 내며 씽씽 내려간다.

 

곡선 구간에서는 아이젠과 등산스틱으로 급브레이크를 걸어 속도를 조절하며 약 500m를 그렇게 내려왔다. 희운각대피소에서 아침식사를 한 뒤, 무너미고개에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원래 계획은 공룡능선을 타는 것이었지만, 양폭대피소 방향 안내목을 보는 순간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었다. 공룡능선은 이미 여러 번 올라본 코스, 이번엔 처음 가보는 천불동계곡 방향으로 가자! 하고,

 

꽁꽁 얼어붙은 계곡들을 지나며, 다른 계절에 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웅장한 협곡과 계곡을 따라 내려와 비선대에 도착했고, 설악동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설악C1지구주차장까지 걸어 마침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총 거리 25.8km, 총 소요 시간 9시간.

긴 하루를 안전하게 완등하며 산행을 마무리했으며, 대청봉 가는 최단구간인 오색에서 출발한 사람의 이야기는 그쪽은 눈도 거의 없고, 바람도 약했으며, 정상에서만 강풍을 맞았다고 한다. 반면, 한계령 구간은 영하14도에 체감온도는 더 낮았고, 눈도 많았고, 바람 또한 훨씬 강했는데 같은 산, 다른 조건이 만들어낸 대비였다.

 

1월에 세웠던 목표들을 하나씩 성취해 나갈 수 있었던 것에 감사와 성취함을 느낀다.

토) 덕유산 육구종주 27.1km / 10:52

토) 지리산 종백종주 19.6km / 8:57

토) 설악산 한설종주 25.8km / 9:00

혹독한 겨울 산이었지만, 그만큼 더 깊이 남는 하루였다.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또 한 번 단단해졌다.

김정옥 기자 kgnamb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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