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의 시_17회] ‘봄이불’ 가스안전공사택시공제조합 정류장

  • 등록 2025.06.1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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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으니 문득 어릴 적 감기 앓던 밤, 엄마가 이불 끝을 다시 덮어주던 따뜻한 손길이 떠오른다. 아무 말 없이도 전해졌던 그 따뜻함이, 이 시 속 봄 이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찡하다. 봄이 왔는데도 아직 겨울에 머물러 있는 자식을 위해 조용히 봄을 들여놓는 엄마.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엄마는 늘 우리 계절 앞에 먼저 와 있었구나 싶은 마음에 코끝이 시리다. 엄마는 나이 먹은 나에게도 한 침대에 자다 보면 떨어질까 밤새 옆으로 끌며 이불을 덮어줬다. 나는 행여나 엄마가 불편할까 봐 침대 끝자락으론 가곤 했다...

 

 

봄이불 (: 이한욱)

 

봄이 온 줄도 모르는 자식이

 

먹먹히도 눈에 밟혔을까

 

계절이 멈춘 아들 집에

 

엄마는 겨울 이불 걷어내고

 

새로 산 봄 이불을 놓았다

 

온기 묻은 이불 꼭 껴안고

 

시린 몸을 원 없이 비비니

 

깊은 겨울잠이 들었던 방에도

 

마침내 보송한 새순이 움튼다

 

더딘 걸음으로 찿아온 봄이

 

가슴 한구석에 여린 꽃눈을 틔운다

 

2024년 상반기 인문학 글판(일반부 우수): 나의 소중한 순간
김정옥 기자 kgnamb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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