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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건일의 걷다보니

[배건일의 걷다보니 91회] 분홍빛 진달래와 운해의 향연, 덕룡·주작·두륜산을 넘다! 남도종주

 

[경기남부뉴스 김정옥 기자] 암릉으로 첩첩이 이루어진 덕룡산은 산이 반드시 높이에 따라 산세가 좌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산이다. 해남 두륜산과 이어져 있는 덕룡산은 높이래야 고작 400m를 가까스로 넘지만 산세 만큼은 해발 1,000m 높이의 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정상인 동봉과 서봉, 쌍봉으로 이루어진 이 산은 웅장하면서도 창끝처럼 날카롭게 솟구친 암릉, 암릉과 암릉사이의 초원능선 등 능선이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 힘의 진수를 보여준다.

 

 

봉황의 날개짓이 신미로운 주작산은 이름에서도 풍기듯이 봉황이 날개를 활짝펴고 나는 듯한 형상을 지닌 산이다. 봉황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지점이 최고봉으로 우측날개 부분은 해남 오소재로 이어지는 암릉이며 좌측 날개는 작천소령 북쪽에서 덕룡산 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가련봉, 두륜봉, 고계봉, 노승봉(능허대), 도솔봉, 혈망봉, 향로봉, 연화봉의 8개의 봉우리를 품고 있는 두륜산은 봉우리로 이루어졌다. 이 중 가장 높은 봉은 가련봉으로서 높이 703m 정상에 오르면 서해안과 남해안의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 한눈에 들어오며, 날씨가 좋은 날에는 제주도 한라산까지 보인다.

 

금요일 밤 11시 30분, 모두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사당역에서 강진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부지런히 달려 도착한 새벽 3시 50분의 석소문.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것으로 오늘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어둠 속에서 일렬로 늘어선 등산객들의 헤드랜턴 불빛이 마치 거대한 성벽을 오르는 수행자들의 행렬처럼 장엄하게 이어졌다.

 

 

덕룡산(433m) 동문을 지나 서봉에 다다랐을 때, 등 뒤로 붉은 여명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암릉에 부끄럽게 내려앉은 빛의 조각들을 바라보며, 벅차오르는 감동을 음악 삼아 조심스레 돌길을 내려갔다. 자연이 선사하는 가장 고요하고도 뜨거운 오프닝이었다.

 

첨봉에 올라 마주한 풍경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오전 6시 26분, 운해 위로 솟아오른 태양은 분홍빛 진달래와 어우러져 산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화폭으로 바꾸어 놓았다. 거친 암릉을 넘어 475봉, 일명 '바람의 언덕'에 서니 발아래는 구름의 바다가, 저 멀리로는 남해의 섬들이 수놓아진 다도해가 펼쳐졌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호강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절경이 이어졌다.

 

 

작천소령을 지나 주작산(429.5m) 공룡능선에 접어들자, 날카로운 바위 틈바구니마다 진달래의 향연이 펼쳐졌다. 시원한 봄바람은 고된 산행의 땀방울을 씻어주었고, 나는 자연의 품에 완전히 매료되어 멈추고 걷기를 반복하며 이 압도적인 풍요로움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오소재 약수터에서 들이킨 시원한 약수 한 사발에 얼굴을 씻어내고, 다시 오심재를 향해 마지막 고도를 높였다. 두륜산의 거대한 암릉 봉우리들이 위용을 드러낼수록 숨소리는 거칠어지고 허벅지에는 경련이 일기 시작했다. 멈춰 서서 물 한 모금과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달래며 노승봉과 가련봉(703m)에 올랐다. 정상에서 맞이한 바람은 그간의 고통을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찬란했다.

"역시 두륜산이구나."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두륜봉에 서서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았다. 험준하지만 아름답고, 거칠지만 다정한 산세에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감동이 밀려왔다. 하산길,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숲길을 걸으며 오늘 걸어온 28km의 궤적을 되짚어 보았다. 10시간 22분의 사투는 결국 나 자신을 이겨내고 자연의 축복을 온전히 누린 '감사의 시간'이었다.

 

✱등산코스 : 소석문-덕룡산(동봉)-덕룡산(서봉)-첨봉-주작산475봉-작천소령-오소재(약수터)-오심재-노승봉-두륜산(가련봉)-두륜봉-물통골-대흥사매표소-장춘제1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