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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건일의 걷다보니

[배건일의 걷다보니 88회] 전남 진도군 동석산&첨찰산 1일 2산 등산.

 

[경기남부뉴스 김정옥 기자] 오랜 기억 속에서 문득 추억의 산을 끄집어 본다. 2022년 4월 1일, 동석산을 오르고 해남 우수영항에서 배를 타고 추자도를 다녀왔던 기행이 떠올랐다. 그 기억을 되짚듯 이번에도 산악회 버스를 타고 금요일 밤 11시 50분, 진도를 향해 출발한다.

 

3월 6일 일기예보에는 일출 시간이 6시 57분으로 되어 있었다. 그 시간을 생각하며 부푼 기대를 안고 길을 나섰지만, 버스는 예상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다. ‘정상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데… 이 많은 시간을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을 하며 새벽 5시 30분에 천천히 산행을 시작한다.

 

 

얼마 가지 않아 암릉이 나타나고, 가파른 구간에는 쇠파이프가 박혀 있다. 파이프를 잡으며 고도를 높인다. 바닷바람이 거칠게 불어오고 어둠이 아직 남아 있는 새벽 길을 한 걸음씩 열어 간다. 동석산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6시 5분. 생각보다 너무 일찍 올라와 버렸다. 찬바람을 맞으며 일출을 기다리기에는 몸이 견디기 어려워 다음 거점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전망바위를 지나자 서서히 아침이 밝아온다. 그러나 날씨는 흐렸다. 일출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 계속 앞으로 나아가 삼각점봉에 도착한다. 날은 밝았지만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어 해를 볼 수는 없었다. 대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다도해 위에 떠 있는 수많은 섬들, 잔잔히 이어지는 능선들. 그 장관을 바라보며 감탄이 절로 나오고, 몇 장의 사진으로 그 순간을 남겨 본다.

 

삼각점봉에서 가학재로 이어지는 길은 또 다른 긴장감을 준다. 가파른 바위 위에 쇠파이프가 박혀 있어 그 파이프를 붙잡고 옆으로 이동하듯 전진해야 한다. 가학재에 도착해 뒤돌아본 풍경 또한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한참을 더 걸어가자 갈림길이 나타난다. 그런데 그 순간, 큰 착각을 하고 만다. 갈림길 앞에 솟은 봉우리가 큰애기봉이라 생각한 것이다.

 

 

‘어차피 다시 돌아올 길이니 여기 두고 다녀오자.’ 그렇게 생각하며 등산가방을 나뭇가지에 걸어 두고 가파른 경사를 오른다. 봉우리에 올라서니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조금 더 나아가니 더 높은 봉우리가 보이고, 다시 걸음을 옮기자 또 다른 갈림길이 나타난다. 그제야 비로소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다시 길을 잡아 큰애기봉에 오른다. 봉우리 위에서는 구름 사이로 햇살이 내려 꽂히고 있었다. 그 빛이 다도해와 섬들 위로 퍼지며 장관을 만든다. 한동안 그 풍경에 빠져 넋을 놓고 바라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가방을 두고 온 곳까지 되돌아가고, 다시 큰애기봉 아래 갈림길로 내려와 세방낙조휴게소까지 내려오며 동석산 산행을 마무리한다.

 

 

바닷가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시 숨을 고른다. 이어서 오를 첨찰산을 위해 장비를 정비한다. 오전 9시 40분, 산악회 버스를 타고 첨찰산 등산안내소로 이동해 두 번째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맑고 청아한 계곡물 소리가 들려온다.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좋은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갈림길이 나타나고 오른쪽의 가파른 난코스를 선택한다. 막상 올라서니 생각보다 훨씬 힘든 길이다. 숨이 가빠질 즈음, 힘겹게 첨찰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는 봉화대가 반겨 주고, 사방이 탁 트인 풍경 속으로 상쾌한 봄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을 맞으며 잠시 숨을 고른 뒤 하산을 시작한다. 귀에는 스스로 작사한 노래를 들려주며 천천히 내려간다. 올라올 때와 마찬가지로 하산 길에도 계곡물이 흐른다. 맑게 흐르는 물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안전하게 산을 내려와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점심을 맛있게 먹는다. 오후 2시,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하루 동안의 산행을 뒤로한 채 버스는 길을 달리고, 저녁 8시 30분에 집에 도착한다. 그렇게 또 하나의 산행을 마음속에 담은 채 조용한 쉼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