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다. 말은 멈춰 서 있는 존재가 아니다. 방향이 정해지면 속도를 얻고, 속도가 붙으면 되돌리기 어렵다. 그래서 말은 언제나 선택과 책임의 상징이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말을 한다. 생각보다 먼저 튀어나오고, 의도보다 앞서 습관처럼 반복된다. 그러나 말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말은 습관이며, 태도이고, 마음이다. 무심코 내뱉은 말 속에는 우리가 세상을 대하는 자세와 스스로를 평가하는 기준이 담겨 있다. 체념을 말하면 삶은 움츠러들고, 결단을 말하면 삶은 그 말에 반응한다. “나는 원래 그래.” “나는 못해.” “시간이 없어서.” 이 말들은 설명이 아니라 방향 지시다. 한 번 말해진 언어는 생각을 만들고, 생각은 행동의 범위를 정한다. 우리는 늘 스스로에게 허락한 말의 크기만큼만 살아왔다. 붉은 말은 힘이 세다. 그러나 그 힘은 자동으로 좋은 곳을 향하지 않는다. 어디로 달리게 하느냐는 고삐를 쥔 사람의 몫이다. 그래서 올해는 더 바쁘게가 아니라 더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피하지 않겠다고. 멈추지 않겠다고. 이 길은 내가 선택한 것이라고. 신년은 계획이나 각오를 늘어놓는 시간이 아니다. 언어를 점검하는 시간이다.
[경기남부뉴스 김정옥 기자] [잠깐!] 예부터 강릉 경포대에는 '다섯 개의 달'이 뜬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하늘에 걸린 달 하나, 동해 바다에 일렁이는 달 하나, 거울 같은 경포호에 잠긴 달 하나, 그리고 마주 앉은 이의 술잔과 그 사람의 눈동자에 비친 달까지 다섯이다. 이처럼 경포대는 어둠 속에서도 찬란한 낭만을 찾아냈던 선조들의 풍류가 깃든 곳이다. 하지만 2026년 새해 아침, 우리가 그 다섯 개의 달이 머물던 자리에 다시 선 이유는 그 모든 달빛을 품고 솟아오를 단 하나의 '태양'을 보기 위함이다. 올해 경포대의 새벽은 유독 자비가 없었다. 살을 파고드는 매서운 바닷바람과 영하의 기온은 뼛속까지 시리게 했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많은 이들의 발길이 있었다. 차가운 공기를 뚫고 수평선 너머 솟아오를 ‘첫 일출’을 마주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의 얼굴에는 추위를 넘어선 간절함이 서려 있었다.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 소리는 새해를 알리는 거대한 북소리 같았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자신을 던져 길을 만들고 있었고, 그 힘찬 소리에 나의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있던 묵은 고민들을 파도에 실어 보냈다. 차가운 바다 위에 마침내 동해 수평선 너머로 붉
[경기남부뉴스 김정옥 기자] 남도 들녘의 겨울은 겉보기에 멈춰 있는 듯하지만, 그 차가운 흙 아래서는 치열한 생명의 사투가 벌어진다. 주인공은 바로 가을보리다. 대지의 온기가 가시기 전인 10월 말, 논밭에 뿌려진 가을보리는 영하의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겨울을 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월동'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다. 혹독한 추위를 통과하지 못한 보리는 결코 단단한 줄기를 세울 수도, 알찬 결실을 맺을 수도 없다. 가을보리의 서식지는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등 남부·중부 내륙 지역에서 주로 재배된다. 벼 수확 후 논이나 밭에서 파종하며, 10월 중하순~11월 초에 씨를 뿌려 이듬해 5~6월에 수확한다. 보리는 크게 가을보리와 봄보리로 나뉜다. 2월에 파종해 따스한 봄볕 아래서 자라는 봄보리는 성장이 매끄럽고 화려하다. 하지만 우리네 인생의 깊은 풍미를 닮은 쪽은 단연 가을보리다. 가을보리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제 몸의 수분을 스스로 줄이고 농도를 높이는 전략을 택한다. 생존을 위해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본질에만 집중하는 응축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 곁에는 봄보리처럼 탄탄대로를 걷는 이들도 있다. 고난 없는 성장과
참 잘했어요. 오늘도 버텨준 당신 오늘도 함께 해준 당신 오늘을 살아내 준 당신 참 잘했어요. 도장 찍어 줄게요.
사전적 의미의 항복은 적이나 상대편의 힘에 눌리어 굴복함이다. 전쟁에서의 항복은 단순한 정치적 판단이 아니다. 그것은 패배감과 죄책감, 그리고 되돌릴 수 없다는 절망을 감당하는 일이다. 한 나라의 깊은 자기 붕괴의 순간이다. 전쟁을 지속할 힘도 명분도 사라졌지만, 그보다 더 잔혹했던 사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이와는 다른 항복이 있다. 탕자의 이야기이다. 오만으로 똘똘 뭉친 그는 아버지께 받은 재산을 기생과 함께 지내면서 탕진하고 돼지 먹는 쥐엄 열매로 배를 채우고자 하되 주는 자가 없는 걸 깨닫는다. ‘내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얻었는데 돌아갈 수 있을까?’ 옳다고 믿었던 자신을 내려 놓는 순간, 그는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것이 그의 ‘무조건 항복’이다. 탕자의 비유가 끝을 맞이하는 방식은 달랐다. 아버지는 아들을 보고 달려가 껴안고 잔치를 벌인다. 그에게 ‘과거의 죄’보다 ‘돌아온 선택’을 더 크게 보았기 때문이다. 참되고 아름다운 항복이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항복의 의미이다. 전쟁의 상처와 탕자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시대, 다른 맥락에 존재하지만, 하나의 질문을 던진
[경기남부뉴스 김정옥 기자] 비가 촉촉이 내리는 12월의 토요일 오후. 50대 중년 남편은 등산 후, 손에 쥔 유한킴벌리 발 2,000원짜리 메가커피 쿠폰을 들고 메가커피 전문점 앞에 섰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은 자신을 위한 보상,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아들을 위한 특명.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남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두 명의 중년 여성. 이분들은 가게 입구를 점령한 첨단 병기, 키오스크(Kiosk) 앞에서 마치 암호를 해독하듯 화면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게 어디 있는 거야?" "아니, 분명 아메리카노랬는데… 메뉴가 왜 이렇게 많아?" 손가락은 허공을 헤매고, 눈동자는 갈 곳을 잃었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 역시 마음속으로 외쳤다. '남의 일 같지 않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 중년 부인들은 마침내 미션을 완수하고 서로 대견하다는 듯 웃으며 다음 타자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드디어 남편 차례! 자신 있게 키오스크 앞에 섰지만,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아무리 찾아도 '따뜻한 아메리카노(Hot Americano)'는 보이지 않는 겁니다! '분명 이 정도 가게에 없을 리가 없는데…' 당황한 남편은 급기야 '메가리카노' 카테고리
“아빠, 100원만!” 8살 코흘리개였던 하루 나의 용돈은 100원. 오후반 수업이 끝나고 국민학교 교문을 나오면, 학교 앞 줄 지어선 7개의 문방구로 달려갔다. 그 시절 문방구는 우리에겐 종합 복합 엔터테인먼트 스타필드였다. 종이인형, 구슬, 뽑기, 그리고 동네 최고의 ‘전문가’ 달고나 아저씨가 있었다. 하얀 설탕을 국자에 올리고 나무젓가락 끝에 소다를 찍어 두 번 휘휘 저으면, 설탕이 마법처럼 부풀어 올랐다. 고도의 집중 속에서도 별 끝이 ‘톡’ 떨어져 나간 순간, 부풀던 내 마음도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문방구의 양대산맥 뽑기. 여러 번 꽝의 패배 끝에 5등이라도 당첨되면 작은 나비모양의 설탕사탕을 먹을 수 있었다. 하늘이 도운 것일까? 대왕 잉어 모양이 나올땐 그날은 말 그대로 대박! 얇지만 큼직하고, 색깔은 주황빛과 노란빛을 섞은 투명한 광택. 잉어 비늘이 눌린 무늬 그대로 살아 있고 손에 들면 햇빛이 비쳐 반짝였다. 금방이라도 헤엄칠 거 같은 왕 잉어. 그걸 손에 쥐는 순간, 나는 그날의 왕! 명품백을 메듯 100원으로 초호화 득템을 하는 순간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눈빛이 쏟아지고, 나는 잉어 꼬리부터 천천히 아껴 먹으면서 집까지 쭉 으스
[경기남부뉴스 김정옥 기자] 거리 곳곳에 서 있던 주황색 공중전화기를 기억하는가. 그 작은 부스 안에서 수화기를 들고 동전을 넣던 그 순간의 설렘을. 때론 앞사람의 통화가 끝나길 길게 기다리며, 손에 쥔 동전을 굴려가며 초조하게 서 있던 그 시절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집에 연락할 일이 생기면 주머니 속 10원짜리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가장 가까운 공중전화를 찾아 헤맸다. 수화기에서 들리는 "삐삐삐" 소리와 함께 동전이 떨어지는 청량한 소리는 소통이 시작되는 신호였다. 공중전화 부스는 작은 비밀 공간이기도 했다. 투명한 벽 너머로 사람들이 지나다니지만, 그 안에서는 오롯이 나와 상대방만 존재했다. 첫사랑에게 용기 내어 전화를 걸던 날,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누르고 기다리던 그 순간들. 급한 ‘삐삐’ 호출을 받고 전화기를 찾아 헤메던 기억들. 지금은 오롯이 기억 한구퉁이에 작은 방 하나를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누구 와든 연결될 수 있지만, 그때는 달랐다. 공중전화를 찾아야 했고, 동전이 있어야 했고, 상대방이 집에 있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 불편함 속에 오히려 진정한 소통의 가치가 숨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거리
[경기남부뉴스 홍복순 기자] 10점과 8점. 단 두 점의 차이가 승패를 가른다. 그 차이를 만든 건 화살이 아니라, 매일 800번의 빈 활(밸리보) 반복과 손끝이 기억하는 감각이 쌓여 단 한 발의 화살로 응축된다. 얼마 전 만난 17세 양궁 선수는 전국체전 개인전에서 2위를 차지했다. 화려한 메달 뒤에는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이 있다. 그는 하루에 800번씩 빈 활을 들고 같은 자세를 반복한다. 수많은 함성이 들리고 많은 이들의 눈을 벗어나야 한다. 오로지 이 시간은 나 홀로 있는 시간이다. 고도의 집중 속에 그의 손끝은 ‘어떻게 하면 10점을 맞힐 수 있는가’를 매일 기억한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자신감은 화살을 통해 날아가 과녁을 맞춘다. 그 반복의 시간 동안 그는 수만발의 화살을 날리지만, 그중 단 하나의 화살만이 경기에서 빛을 발한다. 사람들은 흔히 메달을 보고 그 사람의 가치(천재성)를 평가한다. 그러나 메달은 순간의 기적이 아니다. 그 뒤에는 무수한 반복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존재한다. 800번의 빈 활. 그것은 지루함과 싸우는 시간, 한계를 확인하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이 쌓일 수록 자신감을 완성하는 시간이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아주 미세한 감
씨앗은 식물의 시작이다. 그 작은 안에는 생존과 번식을 위한 정밀한 전략이 숨겨져 있다. 지구상의 대부분 식물은 씨앗을 통해 삶을 이어간다. 모든 씨앗이 생명을 품고 있지만, 살아남는 방식은 절대 같지 않다. 퍼지고, 적응하며, 살아남기 위한 씨앗들의 전략은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다. 민들레나 단풍나무 씨앗은 끝에 날개 모양 구조로 헬리콥터처럼 빙글빙글 돌며 바람을 타고 날아 간다. 이런 씨앗은 가벼운 구조나 특수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 식물이 자란 환경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발아 가능하며, 경쟁을 피하고 새로운 서식지를 확보한다. 도토리처럼 단단한 껍질을 가진 씨앗은 중력과 지형을 활용해 땅 위에서 굴러가며 퍼지는 전략이다. 다람쥐나 새가 발견해 저장하고 일부를 잊어버리면서 새로운 장소에서 발아한다. 도토리는 땅속에 묻혀 시간이 지난 후에야 싹을 틔운다. 엉겅퀴나 블루베리는 동물의 털에 붙거나 배설물을 통해 퍼지는 전략이다. 멀리 떨어진 장소로 안전하게 이동 가능하며, 배설물 속 영양분 덕분에 발아 성공률이 상승한다. 소나무는 주변 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타감작용(allelapathy)이라는 생리적 전략도 갖고 있다. 이는 소나무가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
수원의 대표적인 도보 명소인 팔색길은 수원 화성의 아름다움과 도심의 활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길로, ‘팔달구의 여덟 가지 빛깔 풍경’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성곽을 따라 걷는 구간부터 전통시장, 문화예술 공간, 그리고 현대적인 거리 풍경까지 이어져,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늦여름의 햇살이 팔색길을 비추는 가운데, 분수대에서는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지나가는 이들의 더위를 식혀주고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삼삼오오 걸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나무 그늘 아래 마련된 의자에는 어르신들이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담소를 나누는 여유로운 모습이 펼쳐졌다. 작은 호수에는 때지난 연꽃이 한두 송이 피어있다. 주변 길 위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추억을 담아내며 걷고 있었다. 기자는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함께 팔색길을 걸었다. 화성의 성벽 너머로 보이는 풍경과 분수의 청량감,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이 어우러져 걷는 내내 즐거움이 이어졌다. 산책을 마친 후에는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앞에 두고 팔색길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카페 창밖으로는 화성 어차가 지나가고, 여유로운 쉼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이 펼쳐졌다. 팔색길이
흑산도는 섬 전역에 울창한 산림이 발달하여 멀리서 보면 섬 전체가 검게 보여서 흑산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곳곳에 숨어 있는 비경뿐 아니라 선조들의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유적과 풍부한 해산물이 많은 곳이랍니다. 아울러, 다도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지역으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답니다. 흑산도가 청양군? 홍도에서 유람선 투어를 마친 후 10시 30분에 동양골드를 타고 마지막 여행지인 흑산도에 11시에 도착했습니다. 배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어떤 분들이 지나가며 “여기가 왜 충청남도 청양군이지 이상하네” 하며 서로 이야기를 하며 갑니다. 나도 의아해서 근처에 있는 표지석을 봤는데 청양군이라 써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 안내소에 찾아가 물어봤더니, 22년 10월 22일에 바다가 없는 충남 청양군과 신안군이 MOU를 체결했다고 합니다. 표지석은 최익현 선생의 유배지인 흑산도를 청양군이 명예섬으로 지정함을 기념하여 제작되었다고 했습니다. 드디어 흑산도 명섬 버스투어를 시작합니다. 긍금증을 해결 한 후 일행 중 한 명은 먼저 예약한 서해식당에서 점심을 미리 먹고 계획대로 칠락산 등산을 갔습니다. 우리 일행은 흑산도항에서 투어를 위해